오지라퍼의 오지랖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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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그 파란만장했던 한 해...그리고 디셈버 뮤지컬 이모저모

2014년도 벌써 한달여가 지나갔군요. 안녕들하시죠?

올해의 간지가 갑오년이라 신년벽두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심 심장이 두근두근했더랬습니다만, 작년에 워낙 병크ㅋㅋ가 많이 터져서인지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없군요. 돌이켜보면 작년 2013년은 공연계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어요. 사람도 아닌데 삼재가 들수도 있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많았죠. 하긴 새해 첫날부터 멀쩡한 넘버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아이다) 시작부터가 화려하긴 했죠.

일년내 이렇게 저렇게 구설수에 올았던 일들은 손꼽아보자면 

아이다 넘버 삭제 사건
비오엠 대표 사과
배우 박완 밀녹시디 인증사건
배우 이원이 밀녹교환 블로그 저격한 일
헤이자나 조기폐막과 제작사 BOM의 공연장 소송사건
폭풍의 언덕 오픈후 공연취소 
그날들 공연장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공연장 폐쇄

(이상 순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

뭐 이정도 되겠네요. 저 일들이 각각 어떤 일들이었는지는 제게 묻지 마시구요,알아서들 검색하세요. 남의 입을 빌려서 듣는 얘기라는 건 곡해되기 마련이니까요. 여하튼 저렇게 흘러온 일년이 무사히 잘 마무리되는 가 싶었더니 막판에 또 웃긴 해프닝이 생기더라구요. 진짜 삼잰가...어째 첫달부터 막달까지 일없는 달이 없어.....

디셈버라는 창작 뮤지컬이 있습니다. 지금도 지방에서 절찬 상연중이시죠 ㅋ

김광석 추모공연으로 컨셉을 잡아서 2012년 겨울서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관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작품이었던터라 이쪽업계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작품이었어요. 한국대중문화에서 김광석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상당한 데다 작년이 김광석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라 이 작품말고도 "그날들"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등 관련  뮤지컬작품이 2개나 더 먼저 올라왔었어요. 대미를 이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가 장식하는 셈이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대미를 장식하긴했죠. 아마 공연계 역사상 이런 해프닝은 다시 없을 테니까요.

디셈버라는 작품은 익히 알고계시는 영화감독 장진이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이라고는 생전 제작해 보지 않은 영화투자배급사 "NEW"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영화 쪽에서는 꽤나 신선한 행보를 하고 있는터라 딱히 뮤지컬업계에 뛰어든다고 해서 백안시할 만한 일은 아니죠.이쪽도 새로운 피를 수혈할 필요는 있었으니까요. SNL이나 장진이 연출한 연극 등에 대해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었지만 그거야 어느 작품이 다 좋을 순 있겠어요? 김광석의 미발표곡까지 포함해서 모든 곡을 작품에 다 쓸 수 있다는 엄청난 메리트까지 소유한 작품이니까 다들 기대에 부풀어있었죠. 캐스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캐스팅발표시시점에서 개런티얘기를 기사로 뿌리면서 홍보를 시작하더군요. 영화계에서는 익숙한 일이죠. 배우의 몸값으로 흥행몰이를 시작하는 거요...하지만 이쪽에서는 오히려 우려를 시작했죠. 전체 제작비 50억원이라고 하던데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배우 한사람에게 가는 개런티가 25억정도라 다른 부분에서 질적저하가 있지 않을까 하구요. 세종문화회관 대관료야 서울뮤지컬단이랑 같이 하다는 핑계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돌렸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세종이 대관료가 규모에 비해서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하니까 계산기 두들겨보고 막판에 서울뮤지컬단을 팽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캐스팅 발표시점에서 불거진 서울뮤지컬예술단과의 해프닝은 이런 구설수를 불러들인 것은 사실이죠. 서뮤단이 팽당했던 아니면 서뮤단이 양심없게 숟가락을 얹고 가다가 뽀록이 난 것이건 진실은 제가 알 수 없으니까 혹시 관계자분들이 이걸 읽으시면 댓글이라도 좀 달아주시던가 하시고, 이거 뭔 소리래 하시는 분은 기사검색 좀 해서 찾아보세요. 여하튼 이렇게 구설수로 시작된 "디셈버"는 하는 행보 하나 하나가 다 노이즈마케팅을 연상시킬정도로 화제 거리를 낳긴했습니다. 

첫 공연을 끝내고 다음날 각종 매체에 디셈버에 대한 혹평기사가 도배가 되었죠. 당시 다른 일때문에 바쁜 것으로 추정되던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언론사가 디셈버에 대한 혹평기사를 냈어요. 혹자는 디셈버가 운동권을 소재로 해서 수구언론이 깠다...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나본데, "광화문연가"도 똑같은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렇게까지 혹평받지는 않았답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그날들"은 어쩌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이 운동권을 소재로해서 까이는 것이다 라는 쉴드는 이후 한겨례까지 혹평 리뷰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깨어지게 되었습니다. 역시 구린 것을 구리다고 말하는데에는 좌우가 따로 없더군요. 인간의 눈이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여기서 알게되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 링크로 확인하시구요.


가장 큰 문제는 상연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어요. 그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대본도 문제긴 했지만요. 디셈버 오픈당시 상연되던 다른 작품들은 (현재도 그렇지만) 대작 뮤지컬이라고 하더라도 3시간 남짓이 대부분이었는데 무려 3시간 30분을 초과했거든요. 오픈 첫날 이걸로 말이 좀 있더니 당장 그 다음날 30분이 줄었다더군요. .... 그럼 첫 공연은 공식첫공이 아니라 프리뷰가 되는 거였나요? 라면서 사람들이 어리둥절했죠. 

대극장에 올라오는 공연들은 보통 이런 저런 조율들을 위해서 프리뷰기간을 둡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프리뷰만 몇달씩 하기도 하죠. 공연이 대작일수록 프리뷰가 깁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극장 라이센스 뮤지컬의 경우, 대개 3~5일가량의 프리뷰를 둡니다. 물론 가격도 할인하죠. 지금까지 본 프리뷰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성남에서 미스 사이공이 올라올때였는데, 아마 프리뷰기간중 어떤 날은 성남아트센터 유료 회원들을 위해서 반값으로 가격을 매겼던 적이 있었을거에요. 관객들도 프리뷰인만큼 (그리고 할인받은 돈만큼 ) 너그러운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죠. 

그런데 국내초연 창작 대형뮤지컬이 프리뷰도 안잡는 패기를 보이더니 공식 첫공을 하고 나서 30분의 분량을 자르고 두번째 공연을 올리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모 유명 뮤지컬연출자는 단 5분을 줄이기위해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그걸 하룻 밤사이에 30분을 줄이다니....고민할 필요없이 자를 수 있을 분량이었다면 그냥 처음부터 없어도 무방했다는 얘긴데, 왜 연습기간동안을 그걸 몰랐을까요? 게다가 그 잘린 분량에는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가 개막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김광석과 함께 노래부르기체험?을 하는 2억짜리 홀로그램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걸 못본건 정말 가슴아픈일이에요....그날 이후로 등장안한 것 같은데 ;ㅁ; 

작품 홍보할때 내내 강조를 하더니 그렇게 쉽게 빼버릴 줄은 몰랐어요. 차라리 극중에 자연스럽게 등장을 시키는 쪽으로 애초에 컨셉을 잡았다면 좋았을텐데 싶더라구요. 여하튼 전례없는 작품분량 싹뚝 자르기에 이걸 과감하다고 여길지 역시 미숙한 초보연출가의 성의없음이라고 생각해야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후자입니다만. 그렇잖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2012년 연말부터 대관목록에 올려져있던 작품입니다. 그만큼 준비기간이 길었다는 얘긴데 기본적이 분량조절도 못하다니 이건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되거든요. 대본의 내용은 차지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30분이 삭제된 채 올라온 공연은 날이 갈수록 삭제되는 씬과 길이조절되는 넘버들이 생겨나더군요. 피드백이라는 미명아래서 말이죠. 솔직히 대학로에서 올라오는 소규모 극들을 제외하고 대극장 뮤지컬이 이러는 거 여기서 처음봤습니다. 창작뮤지컬이니까 이런 피드백을 거치는 것이 당연하다고요? 라이센스로 들어오는 극들도 처음 상연될 때는 그나라에서 창작이었습니다. 그 공연들이 초연될때 본공연에서 이렇게 피드백하면서 다듬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절찬 상연중인 스파이더맨의 경우 프리뷰만 일년여를 넘게 했습니다. 말이 좋아 피드백이지 본공연에서 이거저거 내용수정 넘버 수정하는 거 솔직히 저는 그게 대본작가과 연출가의 자존심을 포기한 행위라고 생각돼요. 시청률과 특정 배우 팬들의 요구에 따라서 극전개가 바뀌고 엔딩이 바뀌는 상업성이 다분한 쪽대본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죠. 보통 이경우에 작품성이나 작품의 완성도랑은 거리가 먼 작품이 탄생하더군요. 

물론 피드백은 좋습니다만, 그 피드백을 십수만원이나 되는 관객들의 돈을 받고 한다는 건 도의적인 문제입니다. 그 피드백은 대개 공연오픈전 오랜기간의 프리뷰를 통해 이루어지고, 솔직히 공연전일정을 통해 피드백이 일어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게다 새해 첫달에 멀쩡하게 작품에 존재하는 넘버를 삭제해서 그런 거에요. 역시 첫단추는 중요한거죠.  

이것도 웃긴거지만 사실 "디셈버:끝나지않은 노래"에서 더 웃긴건 김광석 뮤지컬이라고 컨셉을 잡고 홍보하고선 실제로 김광석의 노래가 아닌 노래를 끼워넣었다는 점입니다. 제작측에서야 넘버 몇곡정도야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김광석"의 "미발표곡"이 나온다, 김광석 노래 전체를 다 사용한다..등등 으로 홍보해놓고 중간에 남이 창작한 곡을 끼워넣었다? 이건 솔직히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죠. 김광석의 노래를 듣기위해 온 관객들을 기망하고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하는 셈이 아닐까요? 

작곡가의 이름을 걸고 그 사람의 노래로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주크박스 뮤지컬에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곡을 사용했다???? 이런거 디셈버에서 처음 봤습니다. 국외의 유명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도 이런 경우는 본적이 없구요, 국내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주크박스들에서도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크박스 뮤지컬 " 늑대의 유혹"에서 딱 한번 엔딩곡으로 창작넘버가 사용되었는데, 이 경우 엔딩에 맞는 노래가 없어서 따로 작곡하게 되었다는 연출의 해명이 있었고, 작품자체가 한 작곡가의 노래만을 사용하거나 한 밴드, 혹은 가수의 발표작품을 사용하는게 아닌 당시의 유행곡을 가져다쓰는 작품이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디셈버는 다릅니다. 일단 김광석이라는 작곡자겸 가수를 대대적으로 가져다쓰면서, 미발표곡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는 다른 사람의 곡을 슬그머니 끼워넣는 건 문제가 된다면 문제가 되겠죠. 


게다가 그나마 홍보에 대대적으로 이용한 미발표곡  두개 중 하나는 생전에 김광석이 퇴짜놓은 노래라죠?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 출연한 김광석의 절친 작곡가 김창기의 말에 의하면 " 다시 돌아온 그대"는 김광석 생전에 자기가 작곡해서준 노랜데 별로라고 퇴짜를 맞았다는 거에요. 이걸 히든싱어에 홍보차 출연한 디셈버 배우들이 "다시 돌아온 그대"를 부른 다음에 말해선 좌중을 빵 터지게했죠. ....... 뭐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라고 할 일이고, 작품더미속에서 발견되었으니 미발표곡이라고 오해할만은 하겠지만, 씁쓸한 일이죠.  김광석 팔아먹기가 이정도까지 진행되었구나 씁쓸하기도 했구요. 고인의 작품에 대한 이해나 애정없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답니다. 

디셈버는 현재 서울공연을 끝내고 지방공연에 들어갔습니다만, 디셈버의 특정회차가 아이돌 후광을 입어서 나름대로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아이돌 캐스팅의 위력을 등에 업고 이런 기본적인 배려조차 없는 작품들이 창작의 이름으로 올라온다고 한다면 한국 뮤지컬업계의 미래는 어둡다고 할 밖에요. 벌써부터 "디셈버: 끝나지 않는 노래"는 한국 공연계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먹튀로 유명한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뛰어넘는 망작으로 말이죠. 공공연하게 디셈버이후에 어떤 극을 봐도 재미있게 본다는 말들이 떠돌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후 만들어질 창작뮤지컬들의 똘똘한 반면교사가 된 셈이니까 그 존재에 의의를 부여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병크로 시작했지만 반면교사로 끝나다니..그렇게 생각하면 2013년도 그렇게까지 최악의 해는 아니었군요. 오히려 작년 한해의 병크덕분에 아직까지 편안하고 구설수 없는 2014년 공연계를 생각하면 작년에 액땜을 다 한 덕인가 싶은 정도라 오히려 머리아픈일들이 몰아서 일어나 준 것이 감사할 정도랍니다.  이 여세로 올 2014년은 별 사건사고없이 무사하게 지나갔으면 좋겠군요. 아무리 좋아하서 하는 덕질이라지만 피곤한 일이 여러 개터지면 현타가 오기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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